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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삼국지 인물] 장비(ESFP)

by 후치 네드발 202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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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사에 기록된 장판교의 이야기이다.

장비가 강가를 차지하고 다리를 끊어버린 후 눈을 부릅뜨고 창을 비껴잡으며 말했다. 내가 바로 장익덕이다. 와서 나와 사생결단 낼 수 있겠는가! 적들이 가까이 오는 자가 없어서 마침내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구체적인 묘사는 상단의 기록이 전부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자세한 정황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장비가 다리를 끊은 것이나 조조군을 대치한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추측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장비의 용맹을 묘사한 것인지, 접근경로의 차단이나 지형지물을 이용한 계교를 강조한 것인지, 아니면 사정거리 밖에서의 허장성세로 봐야 하는 것인지 등 여러 이견이 있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진수는 장비의 용맹과 담력을 강조하기 위해 저 에피소드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미 적군이 한 번에 우르르 몰려 올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소리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장비의 무뢰같은 대담함과 가상한 용기를 증명해준다. 한창 추격 잘 하던 위군 정예기병 5,000여 기가 장비를 포함한 불과 21기 밖에 안되는 기병을 두려워해서 접근을 못했다는 기록 자체가 장비라는 이름이 위군에게 어떻게 인식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위군은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맞서 싸우려는 의지가 없었고 감히 나서는 자조차 없었다.

장비가 강을 건너는 다리를 미리 차단했다는 점에서 사정거리 밖에서의 허장성세였다고 볼 수도 있는 일화다. 물론 그냥 다리만 끊고 도망가면 호표기가 다리를 금방 수리하거나 저항없이 쫓아올 수가 있으니 장비가 어그로를 끌어서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도 있다.

 

장합이 많은 군세를 몰고 쳐들어오자 적은 군세에도 불구하고 좁은 길목의 앞뒤를 차단하고 별동대를 운용해 철저하게 몰살시켜 장합이 겨우 십수 기와 함께 목숨만 부지하여 퇴각했다. 장비는 다른 길로 가서 장합을 요격했다고 정사는 기록하는데 우회로를 따라 좁은 길목을 행군하는 장합을 급습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합은 위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명장이자 전략가인데 멋지게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아 앞서 설명되었던 것과 같이 장비는 단순히 용감한 무부가 아닌 용병이 뛰어난 사령관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사서에서도 지구전에 능했다고 나올 뿐 아니라, 연의나 평화 등에서도 장비의 주요 전투의 묘사는 지구전이 굉장히 많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지구전을 가장 최악의 상황으로 보는데다가, 수많은 명장들도 기피하고 패배한 이유가 바로 이 장기전 때문인데, 이것에 능했다는것 자체가 연의에서 묘사된 것처럼 지모가 떨어지는 장수로 본다는게 힘들다. 역사적으로도 지구전을 잘한 장수는 손에 꼽는다.

장비가 정예병 1만 여 명을 거느리고 다른 산길로 나아가 장합의 군대를 쳐서 전투가 벌어졌다. 산길이 좁아서 전후가 서로를 구원할 수 없게 되니 마침내 장합을 격파하였다. 장합은 말을 버리고 산길을 따라 오직 휘하의 10명과 함게 퇴각하여 군대를 이끌고 남정으로 돌아가니, 파군 지역이 안정되었다.

 

정사에서의 장비는 호걸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유비, 관우와의 의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여러가지로 너무 잘난 나머지 자신과 동등하게 잘난 사람만 상대해 준다. 진수는 장비가 군자는 아끼고 공경하였지만 소인들을 보살펴 주지 않았다면서 결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성격적인 결함 때문에 장비는 부하인 범강과 장달에게 죽임을 당하는 최후를 맞이했다.

 

패배하긴 했으나 소패에서 유비와 대결에서 기습을 제안하기도 했으며, 후반에 가면 굵직한 전과가 많은데, 이때 잘 보면 하나같이 지형을 잘 이용한 부분들이다. 장판파에선 다리의 좁은 지형을 이용해 조조군을 위압하며, 입촉 때는 엄안이 이용한 샛길을 역이용해 엄안을 생포했고, 한중 공방전 때도 산의 지형을 이용해 장합을 물리친다. 의외지만 제갈량 다음으로 연의에서 지리를 잘 이용한 인물이 장비다. 이렇게 보면 장비는 지형 이용의 스페셜리스트라고 봐야될지도.

여기에 더불어 자신이 술버릇이 안좋다는 것을 오히려 계략에 사용한다. 밑의 일화를 보면 알겠지만, 상대는 대부분 장비가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기회라고 생각하고 쳐들어갔다가 오히려 장비에게 당하고 만다. 한마디로 자신의 악명(?)을 심리전에 사용할줄 아는 셈이다. 즉, 지형 이용+심리전/낚시의 대가로도 볼수있다.

당초 장비의 용맹이 관우에 버금가서 위의 모신인 정욱 등이 모두 관우와 장비를 만인지적(萬人之敵)이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관우와 장비의 성격은 정반대이다. 연의를 배제하고 그들의 여러 일화나 성격상을 나타내는 기록을 보고 나면, 관우는 열혈, 장비는 냉혈에 가까워 보인다.


장비는 사람을 대함에 문제가 있었는데 정사에서 그는 사람을 대할 때 대인과 소인을 구분했다고 한다. 대인(군자), 쉽게말해 인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을 대할때는 지위의 낮음, 입장의 차이를 고려했다는 뜻인데 높은 사람이나 그렇지 않더라도 군자는 자신에게 무례를 범함에도 개의치 않고 존중했다. 사로잡히고도 의연한 태도를 잃지 않는 엄안을 존중하여 회유하는 데 성공했고, 식자로 유명한 유파에게 대놓고 모욕을 받고도 그냥 덮고 넘어갔으며, 유비가 자신을 추천하는 중신들의 의견을 뿌리치고 위연을 한중태수로 삼았을때도 군말없이 수긍했다. 의형 관우가 마초의 투항이나 황충의 후장군 임명후에 보인 오만한 태도 대신 부하 및 대다수의 소인들에게 대한 관대한 태도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장비는 서주 시절 조표와의 충돌을 제외하면 일체의 분란도 일으키지 않았지만 그가 상대한 사람 모두가 대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관인 조표와 반목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소인, 즉 능력 없고 인품도 비루한 사람들에겐 굉장히 가혹하고 경멸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소인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긴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장비는 관우와 반대로 부하들에게 가혹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인물 감정에 일가견이 있는 유비는 장비가 부하들을 엄벌로 죽이거나, 채찍질한 뒤 살려두어 주변에 두는 등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지적해왔는데, 결국 장비는 이로 인한 부하의 배신으로 목이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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