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 신경질에서 노이로제까지
신경은 ⑴ 신경세포의 돌기가 모여 끈처럼 된 구조 ⑵ 어떤 일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 등으로 정의됨.
신경을 뜻하는 영단어 nerve는 해부학적인 의미로는 우리말과 동일하지만, 용기(courage), 걱정하고 불안한 느낌 (being nervous) 등을 뜻하기도 함.
이는 신경이란 말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100년 정도 지나면서 자체적으로 진화해 뜻이 달라졌기 때문임.
1920년대~1930년대의 <동아일보>에서 신경질은 '신경질환에서 시작돼 성격으로 굳어지는 성질'을 뜻하고, 신경증은 신경 질환에 의한 통증과 같은 증상을 설명할 때 쓰이는 말이었음
이후 1957년에 미국 유학생 출신인 오석환이 정신위생학에서 다루는 병을 4가지로 구분하는 내용이 실렸음
1. 정신병 : 광증
2. 신경질 : 공포증과 강박관념
3. 히스테리 : 기질적인 변화가 전연 없는데도 눈이 안 보인다거나 귀가 안 들리는 경우
4. 성격과 행동의 장해 : 감정을 억제할 수 없이 그대로 행동해버리는 것, 후회와 반성을 하지만 또다시 그렇게 번복됨.
그는 미국정신의학회가 발표한 DSM-Ⅰ의 기준을 따른 것인데, 이처럼 1950년대에는 신경질과 신경증이 혼용되곤 했음.
1960년대 이후에는 신경질은 '신경이 날카로운 성질'과 같은 개인의 성질을 의미할 때만 / 신경증은 '심리적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정신-신체 증상'을 의미할 때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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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노이로제라는 말은 1957년 이후부터 신문에 등장했는데, 처음엔 우울증과 유사한 의미로 소개되고 쓰임.
그러다가 점차 '쓸데없이 신경 쓰고 걱정하는 상태'로 뜻이 바뀜.
일각에선 '신경을 쓰다'라는 말은 서글프로 우울한 현대인들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 천박하고 유치하니 '마음 쓰다'로 순화하자고 주장함.
그러나 이미 그 전부터 널리 쓰이던 말이라 그 주장은 그리 힘을 얻지 못 했음.
즉 과도하게 신경 쓰는 게 노이로제고 신경증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신경성 : 적절치 않은 불안
의학계에선 neurosis가 사라졌지만 심리학에선 이를 neuroticism으로 변경하여 사용 중.
두 단어 모두 '신경증적인(neurotic) 경향'이라는 뜻, 우리말론 신경성, 신경증 등 여러 가지로 번역됨.
신경성(neuroticism)을 성격심리학에서 처음 정의한 건 아이젠크.
그는 성격특질을 외향성, 신경성, 정신병성 등 3가지 유형으로 분류.
각 유형은 대비되는 성향인 내향성-외향성, 안정성-신경성, 충동조절성-정신병성 등으로 나뉜다고 주장.
→ 아이젠크는 신경성을 상황과 현실에 적절하지 않은 불안함이라고 정의. 이때 신경성이란 교감신경계가 쉽게 활성화되는 상태, 심박동수, 발한, 근육 긴장 등으로 측정 가능함. 반대되는 성향인 안정성이 높은 사람은 큰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만 이런 반응이 일어나고, 일상적인 상황에선 감정적으로 안정됨.
→ 이 주장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고, 여러 신경학적 연구의 기반이 됨.
지금까지 밝혀진 바를 정리하자면,
신경성은 구조적으로 공포 반응에 관계하는 편도, 해마, 우측 전두엽과 관련 O / 화학적으론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세로토닌 등과 관련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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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성에 대한 1980년대 이후의 심리학적 연구는 5요인 모델을 통해 이루어짐. 신경성은 정서적 안정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도 함.
신경성-정서적 안정성, 즉 신경성은 정서적 불안정과 같음.
코스타와 맥크레가 1990년에 제시한 신경성에 대한 정의를 보면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은
1. 불안증을 많이 느낌
2. 좌절로 인한 적대적인 분노를 자주 느낌
3. 우울한 기분에 빠지고 수치심과 같은 자의식이 강함
4. 충동적인 만족을 추구,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함
이런 특징을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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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한국인이 사용하는 성격 묘사 단어를 연구한 결과,
'정서적 동요'라는 범주로 묶은 말은 '신경질적이다, 발끈하다, 성급하다, 화를 잘 내다, 불평이 많다, 딱딱거리다' 등이었고, 반대되는 성향은 '느긋하다, 여유 있다, 무신경하다' 등이었음.
이 단어들이 한 범주로 묶이는 건 요인분석이라는 통계학적 방법을 사용한 결과인데, 한국인들은 범주에 묶인 단어들을 서로 곧잘 바꿔가면서 쓴다는 것임.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경질이나 짜증을 자주 내는 사람을 보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성급하다고 생각함.
걱정 : 신경성이 극단적으로 낮으면 사이코패스?
신경성이 높은 사람은 사소한 부정적인 사건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을 과대평가함.
반면 신경성이 너무 낮으면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실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음.
영국의 사회학자 매켄지는 대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예측하는 지표로서 신경성을 연구하며,
자아강도가 높은 학생 중 신경성이 높을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
그가 정의한 자아강도란 '체계적인 사고와 자기수양 정도'를 말하는데, 성실성과 같은 개념임.
즉 그의 실험 결과를 재해석하자면 높은 성실성과 높은 신경성이 결합하면, 걱정이 많을수록 더 노력하게 되고, 이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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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앞에서 얘기한대로 신경성이 너무 낮으면 실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에베레스트산 등반가들의 신경성 점수와 실제 사망률을 보면 확인할 수 있음.
신경성이 극단적으로 낮은 또 다른 그룹은 사이코패스인데, 이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거의 없어서 범죄 행위에 능숙함.
또한 냉혹하고 이기적이라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도 함.
불안 : 신경안정제 등장이 불안증 진단을 눌렀다.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신경증 개념은 20세기 중후반에는 불안증과 동일시됨.
20세기에 등장한 실존주의 철학은 불안을 인간의 존재적 특성이라 여김.
실존주의에선 삶에서 중요한 태도는 타인이 아닌 개인이 목표를 선택하고 추구하는 자유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며, 그대신 불안을 감수해야된다고 말함.
*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이런 불안감을 '자유의 현기증'이라 표현.
미국의 심리학자 롤로 메이는 정신분석학과 실존주의 철학으로 불안을 분석 / 프로이트와 키르케고르의 불안에 대한 연구를 비교함.
메이 왈, 정상적으로 불안은 존재에 대한 위협에 비례해서 나타나고 건설적으로 직면된다고 함. 그런데 발생하는 불안을 억압하여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신경증적 불안이 생긴다고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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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란 개념이 20세기 인간의 존재적 특성이 된 건 신경 안정제의 등장과도 관련 있음.
1955년 출시된 안정제 '밀타운'은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복용되던 것이었음.
밀타운의 선풍적인 성공 이후 더욱 효과적인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안정제들이 출시되었고, 불안 증상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약품의 등장은 불안증 진단을 남발하게 만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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