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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상열 감독, 박철우에 진심으로 재차 사과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

by 정보 채널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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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용, 박철우 염두에 두고 한 말 아냐
“2009년 전화로 사과한 것 진심”
“엑스레이 찍듯 가슴을 열어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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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지휘하고 있는 이상열 감독의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의 이상열(56) 감독이 자신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해명하며 한국전력의 박철우(36)에게 재차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 감독은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아 후배들에게 폭력은 잘못됐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한 말이었지 박철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며 “당시 사건은 100% 제 잘못이었고 평생 (죄를) 안고 갈 각오를 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철우는 이날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정말 ‘피꺼솟’이네…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란 게시물을 남겼다. 이 감독이 전날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 경기 시작 전 최근 배구계 학폭 논란에 대해 한 발언에 분노를 느껴서다.

이 감독은 해당 인터뷰에서 “저는 (폭력) 경험자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 중”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풀어놨다. 최근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이상 25)으로부터 불거진 배구계 학교폭력(학폭) 논란과 관련해 선수들에게 해준 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세상이 옛날 같지 않고, 우리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 누가 욕하지 않더라도 잘못을 사과하고 조심해야 한다. 남이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고 충고했다.

이어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금전적이든 명예든 뭔가는 빼앗아가지, 좋게 넘어가지 않는다”며 “인과응보가 있더라”고 덧붙였다. 또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한다”며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철우는 이 인터뷰를 접하곤 이 감독이 과거 폭력 행위를 반성하지 않는다고 느껴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렸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어떤 일이든 대가가 있다는 말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 저는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며 “(폭력 가해자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도, 누군가가 처벌하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명예든, 금전이든, 건강이든 어떻게든 벌을 받고 (행위에 대한) 고통을 받는단 말이었다. 배구계 선배로서 폭력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이어 “박철우가 앞으로도 더 훌륭한 배구인이 돼야 하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 때문에 신경 쓰고 하는 것도 정말 미안하다.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피해자는 상처가 아물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시 사과를 해도 가식적으로 비춰질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박철우는 지난 2009년 이 감독이 남자배구 대표팀 코치로 재직할 당시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태릉선수촌 체육관에서 이 감독에 구타를 당했다. 내부적으로 상황이 해결되지 않자 박철우는 왼쪽 뺨에 멍이 들고 복부에 상처가 난 상태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 사건 탓에 이 감독은 대한체육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란 중징계를 받았다. 박철우 측의 고소가 있었지만,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철우 측이 합의를 한 뒤 고소를 취하해 이 감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전과가 남진 않았다.

이 감독은 한국 남자배구 대표 공격수로서 국위선양했던 공로를 고려해 징계 2년 만인 2011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으로 배구 코트에 돌아왔고, 이후 대학배구 지도자와 해설위원 역할을 수행하다 지난해부터 KB손해보험에서 감독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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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가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 박철우 인스타그램 캡처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감독과 박철우의 앙금은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특히 박철우는 사건 이후 이 감독에게 직접 진심어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에 대해 “2009년 기소유예 처분과 자격중지 징계를 받은 뒤 마음이 좋지 않아 박철우에 전화를 해 사과했다”며 “이미 징계를 받은 뒤였기에 ‘봐달라’는 식의 사과가 아니었고 제 입장에선 진심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프로 감독 복귀 후 따로 사과를 다시 건네지 못한 데 대해선 “프로 감독이 된 뒤 전화해 다시 사과를 하면 100% 가식이라고 볼 것 같았다”며 “저도 시합 때 마주칠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숫기가 없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주저했다. 누가 중재를 해서 소주 한 잔 먹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 감독으로 복귀한 뒤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폭력 사건에 대해 “그 당시는 사고였다”고 이 감독이 말한 게 팬들 사이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사고처럼 왔다고 표현한 것도 (제 잘못이 없다는) 의도로 한 게 아니었다”며 “엑스레이 찍듯 가슴을 열어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이 감독은 배구계 복귀 뒤엔 과거 있었던 일을 반성하고 달라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배구계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고 있다”며 “성적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책임지고 잘리는 게 낫지 선수들을 탓하지 않고 화도 내지 않는다. 앞으로도 선수들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하는데, 그동안 반성도, 마음 수양도 많이 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 “그 때는 너무 혈기가 왕성했고 일 처리를 잘못했다”며 “내 자식 귀한 줄 알면 남의 자식 귀한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딸들을 키워보고 알았고, 많이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정말 잘못했고 피해자 입장에서는 죽을 때까지 용서가 안 되겠지만, 박철우 선수가 너그럽게 아량을 배풀어 준다면 더 열심히 배구계를 위해서 헌신하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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