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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클럽하우스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

by 후치 네드발 2021.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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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음성 SNS 클럽하우스, 인기몰이 배경과 한계는?

[윤현 기자]

 
 
 


'클럽하우스'가 한국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구조라서 온라인을 통해 초대장을 사고파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데다가,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클럽하우스를 사용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중고 아이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개발자인 폴 데이비슨과 로한 세스가 만든 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얼굴 없이 목소리만으로 부담 없이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거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사람 만나기가 어려워 소통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해방구를 열어줬다는 평가다. 

홍콩 국가보안법,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탄압, 대만 독립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토론이 벌어지자 화들짝 놀란 중국 정부가 "주권을 수호하고 외세의 간섭을 막겠다"라며 자국 내에서의 클럽하우스 접속을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클럽하우스의 현재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아직 구체적인 수익 모델도 정해지지 않은 '스타트업'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의 공동 창업주 블래드 테네브와 게임스톱, 비트코인 등 다양한 경제 화두를 놓고 클럽하우스에서 열띤 논쟁을 벌이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최근 머스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클럽하우스에 초대하기도 했다.

클럽하우스의 또 다른 유명 인사인 스티브 발머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필요 없이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 누워 편안하게 토론을 즐길 수 있다"라며 극찬했다. 

클럽하우스가 '인싸 앱'이라고? 시작은 달랐다 

클럽하우스가 머스크, 저커버그 등 유명 인사들 덕분에 인기를 얻은 것처럼 알려졌지만, 사실과 다르다. 지난 2020년 5월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휩쓴 흑인들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맞물려 주류 언론에서 소외된 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와 감정을 발산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 클럽하우스다. 이 때문에 흑인들이 키워놓은 클럽하우스의 가치를 백인 투자가들이 가로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한 기존 사용자의 초대를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고, 사용자당 2개의 초대장만 주어지기 때문에 아무나 가입할 수 없다는 '폐쇄성'이 사용자들에게 '내가 특별해진 것 같다'는 기분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폐쇄성에 대한 반발감으로 클럽하우스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런 마케팅은 '고전'에 가깝다. 앞서 구글의 지메일도 초대장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었고, 페이스북은 하버드대를 비롯해 미국의 명문대 학생들이 '끼리끼리' 소통하던 공간으로 출발했다. 클럽하우스도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려면 곧 이들처럼 누구에게나 문을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클럽하우스가 지적받는 폐쇄성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자막, 영상, 사진 없이 오로지 음성으로만 소통이 이뤄지기에 청각장애인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기존의 SNS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진, 영상, 음성, 자막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라며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청각을 잃었거나, 약한 사람들을 위한 편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클럽하우스는 청각적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불편하다"라며 "이 앱은 글자의 크기를 변경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하고 있지 않는 데다가, 특유의 얇은 글꼴은 크림색 배경에서 가독성에 매우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클럽하우스는 현재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전문가 레나토 산티노는 "아이폰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에서나 인기 있고, 세계적으로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이 훨씬 보편적인 데다가 저렴하다"라며 "의도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클럽하우스가 아이폰을 살 여력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지구상의 다른 수십억 명을 배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유행' 넘어 '대세' 될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것은 클럽하우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미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이 들리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편의도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면 클럽하우스는 한때의 '유행'을 넘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페이스북이 클럽하우스의 단점을 보완한 음성 기반의 SNS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거대한 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클럽하우스는 급성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클럽하우스의 서비스는 일종의 컨퍼런스콜(전화회의)과 크게 다를 바 없다"라며 "이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던 소통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다시 열려서, 마침내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게 될 때가 오면 클럽하우스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it may not survive)"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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