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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MBTI 어떻게 볼 것인가

by 후치 네드발 2021.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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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의미 있는 건 심리역동 때문이다. 내가 INTP라는 건, 내가 Ti, Ne, Si, Fe 순으로 기능에 위계를 둔다는 것이지, INTP의 특징으로 알려진 1) 똑똑함 2) 로봇 3) 성격 좆같음 의 총합이란 말이 아니다. 각 유형별 특징으로 알려진 건 심리역동으로 인한 행동의 경향성을 관찰해서 적어놓은 특징이지, 그 특징과 각 유형에 속하는 개개인이 일치하지 않는다. MBTI를 잘못 이해했거나 과몰입한 사람들은 이 둘의 원인과 결과를 오해한다. 1) 똑똑함 2) 로봇 3) 성격 좆같음을 가져서 INTP 인 것이 아니라, Ti, Ne, Si, Fe 의 심리역동 때문에 1) 똑똑함 2) 로봇 3) 성격 좆같음의 특징을 가질 경향이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 심리역동을 가진 INTP라고 해도 살아온 환경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행동은 다를 수 있다.

MBTI는 유형별 특징에다 자신을 대입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행동을 심리역동을 통해 이해하려고 만들어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상대의 주기능과 부기능 3차기능 열등기능을 파악해 어쩔 수 없이 상대의 행동을 납득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주기능이 Ne라서 존나 산만하고 멍청한 질문만 해대는구나! 어쩔 수 없는 거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다.

MBTI는 개인을 모두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럴 의도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77억의 사람을 어떻게 16개의 유형으로 나누겠느냐’, ‘MBTI는 사람을 틀 속에 가둔다’, 하는 뻔하고 지적으로 게으른 표현 하는 멍청한 놈들을 지겹게 봤다. 이렇게 생각하는 본인이 유형별 특징(심리역동의 결과로 나온 행동) 을 그 유형 자체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이 MBTI에 과몰입하고 있는 것이자 MBTI를 오역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유형 특성을 읽고 자신의 불건강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도 MBTI 과몰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INTP니까 싸이코패스처럼 굴어도 돼’ 는 빡대가리나 하는 생각이다. 빡대가리는 INTP를 싸이코패스 정도로 생각하는데, INTP라는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Ti, Ne, Si, Fe 의 심리역동을 가진다는 것이다.

내가 이 블로그에 ‘INTP가 본 - ‘ 라고 올리는 글들은 다른 유형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Ti, Ne, Si, Fe 의 심리역동을 가진 내가 보기에 이해할 수 없는 타유형의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해서 기록한 것일 뿐이다. 내가 관찰한 특성에 자신을 자아의탁하는 건 빡대가리나 하는 짓이다. 그러니 댓글을 달 사람들은 자신을 변명하려고 할 필요도 없다. 특히 INFP.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본 타유형의 특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경향성’ 때문이다. 어쨌거나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니까. 그런 식의 행동의 경향성이 나타난다는 것은 구조적인 맥락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심리역동이고.

나는 유별나기만 한 개체가 아니라는 것. 내게는 같은 심리역동을 쓰는 공동체가 있다는 것. 여기서 얻는 위로가 있다. 여기까지가 MBTI의 역할이다. 16개 유형 중 하나의 유형에 스스로를 유기체로 통합하거나 동질화하는 건 MBTI 를 오역하는 일이다. 개개인의 개성에 대한 설명은 MBTI 권한 밖의 일이다.

유형론은 개인차를 서술하기 위한 체계이지, 고정된 유형 안에 속하게 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전에 어떤 infp가 ‘융은 MBTI를 편향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으며, 심리학자들 역시 MBTI 검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과몰입하지 말라’는 댓글을 달았다. (융은 mbti를 편향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성격유형론을 완벽한 성격 분류라고 할 수 없다고 한 거겠지만, 이 댓글을 단 infp의 지능이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해 내가 대충 알아 듣기는 했다. 머리에 든 게 호두인 것 같은데 어찌 됐든 부럽다. 정월대보름에 지 대가리 깨서 부럼 먹으면 되니까).

융이 훗날 마이어스가 자신의 이론을 토대로 만든 MBTI 검사를 활용할 마음이 없었을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는, 융은 지필 검사 자체 보다는 개인을 직접 만나서 상담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MBTI와 같은 자기보고식 검사는 답변자의 지능(독해력), 자기객관화 능력이 중요하다. 기안 84의 MBTI 검사 결과 INTP가 나왔다고 해도, 상담자가 직접 만나서 얘기 해보면 ‘아, 자기 객관화 안 되는 지능 미달의 빡대가리 ENFP구나’ 라고 판단할 수 있고, 그 결과를 가지고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해석해 나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융이 그런 말을 한 것이다. 융이 강조한 건, ‘내 앞에서 살아 숨쉬는 그 사람 자체’ 였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심리학자들은 지필 검사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 사람이 MBTI 보다는 MMPI가 더 정확하다는 소리를 했는데, MMPI는 정상, 비정상을 가려낼 수는 있겠지만 개인성향을 알기에 어렵고, 시험자가 충분히 조작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MBTI보다 정밀도가 훨씬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MMPI는 각종 정신병의 유무를 알기위한 검사에 가까워서 육군, 해군, 공군 사관학교의 입학 지원자들이 검사하기도 한다.

이외에 TCI 검사는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타고난 것인지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검사이다. 타고난 기질과 만들어진 성격을 구분해서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는 검사인데, 내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인지 무엇을 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그에반해 MBTI는 각 기능이 선천적인 것인지 선호인 것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선호로 인해 유형이 바뀐다면 마음대로 유형이 바뀔텐데 그걸 유형이라고 볼 수 있냐는 말이다. 이 점이 MBTI 검사의 한계이다.

그러니까 한 사람의 성격을 고정된 실체로 볼 것이냐, 게슈탈트적으로 볼 것이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나 고정되어 있지 않다면, 그걸 성격이라고 볼 수가 있는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면 그건 단순한 mood swing 에 불과하다. 어쨌거나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건 심리학자의 몫이다.

MBTI는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졌다기 보다는 수치로 나뉘어진 것이고, 모두가 각 기능의 특성을 조금씩 가지고 있다. 외향과 내향 중 어느 것을 더 자주 사용하느냐의 빈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자기 외부 (타자)를 만들어서 인생고를 해결한다고 보았다. 혐오의 출발은 자기자신이다. 모르는 걸 싫어할 순 없다. 타인에게서 싫어하는 점은 모두 내 안에 있는 성향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MBTI 검사 결과로 나온 지표에 해당하는 기능만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자신을 틀 안에 가두거나 타유형을 비난한다. 이게 MBTI 과몰입이자 오역이다.

MBTI의 주기능이란 자신이 가장 편하게 쓸 수 있고 즐겨 사용하는 기능을 말한다. 선호기능을 사용할 때 느끼는 편안하고 쾌적한 기분은 그 사람의 특징을 이루고 이 기능과 관련된 행동이나 기술이 발달된다. 만약에 주기능이 Ti 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Ti적인 성과물을 내지 못 한다면 MBTI적 분류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 MBTI 역시 하나의 이론이다. 이론이 설명하는 각각의 기능의 수준에 미달인 사람은 MBTI가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쨌든 MBTI 역시 하나의 이론에 불과하고 진리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검사가 서로가 가진 한계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개인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함께 사용된다. 도구라는 것이 선입견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선입견이야말로 모든 이해의 전제조건이다. ‘텅 빈’ 머리로는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다. 안경이 찌끄러졌을지도 모르니, 그 선입견의 안경을 벗으라? 안경이 없으면 앞을 볼 수 없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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