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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MBTI 열등기능은 노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가

by 후치 네드발 2021.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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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제시하는 심리역동, 즉 주기능, 부기능, 3차기능, 열등기능은 한 사람에게 가장 우선적인 가치, 덜 우선적인 가치는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행동의 패턴을 통해 개인을 설명하려고 한다. 무엇을 욕망하는가는 사람마다 다르며,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일관되게 하는 행동을 우리는 성격이라고 부른다. 흔히들 말하는 정체성이란 자아의 특징, 즉 성격이다. 그러니까 무엇을 더 욕망하는지가 한 개인을 규정한다는 말이다.

주기능은 한 사람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룬다. 주기능은 ‘머리’ 이고, 부기능은 주기능을 실현하게끔 도와주는 ‘오른손’과 같다. 주기능이라는 여과기를 통해 통과된 것들만이 부기능에 의해 보완되고 완성된다. 예를 들어 주기능이 내향사고이고 부기능이 외향직관인 사람인 경우에 주기능 내향사고라는 1차적 관문인 ‘논리’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들만이 외향직관에 의해 그 논리의 적합성이 여러가지 측면으로 실험되어지는 것이다. 3차기능은 왼손과 같다. 잘 사용할 수는 없지만 성장하면서 차츰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기능이다. 열등기능은 노력으로도 개선되지 않는 기능이다. 어떤 사람이 주기능을 쓴다는 것은 그의 근간이 주기능으로 이루어졌다는 뜻이고 반대로 열등기능은 애초에 결여된 기능이기에 결여를 메꾸기 위해 따라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

결핍을 메우려고 하면 할 수록 사람은 기괴해진다. 선천적 청각 장애인이 자신이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들을 내뱉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음성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열등기능은 개발되지 않는다. 열등기능은 주기능이나 부기능을 통해 보완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나는 INTP 로 열등기능이 외향감정인데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잘 못한다. 나의 열등기능은 주기능인 내향사고에 의해 보완되는데 가령 이런식이다. 내향사고로 다른 사람들이 타인에게 어떤식으로 행동하는지 반응하는지를 잘 관찰하여 분석한 뒤 습득한다. 그렇게 후천적으로 배려라는 형태의 반응을 모방하여 현실에 적용시킨다. 하지만 여전히 기계적으로 공감하고 서툰 게 느껴지는 정도이다. 주기능과 부기능의 도움으로 열등기능이 가져올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수준이다. 장점이 있기에 단점이 있다. 주기능이 있기에 열등기능이 있다. 열등기능이 없으면 주기능도 없다. 주기능과 열등기능은 낮과 밤과 같다. 낮 없이는 밤을 밤이라고 인식할 수 없듯이 열등기능 없이는 주기능을 주기능이라고 인식할 수 없다. 다만 밤의 공포를 낮의 온기로 덥힐 수는 있다.

열등기능으로 인해 자아실현 혹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다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열등기능을 개선하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주기능과 부기능의 도움으로 열등기능이 깎아먹는 자신의 총합을 만회해야한다.

사람은 자기 몸을 이용한 가장 편한 상태로 살아야 한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면서까지 월드컵을 치룬다고 그들이 자신의 다리라는 장애를 극복한 게 아니다. 그건 자기학대에 불과하다. 한계에 순응하고 체념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몸의 한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그 한계 내에서 몸의 모든 가능성을 실현해야 한다. 양손이 잘려나간 사람은 컴퓨터로 글을 쓰고 싶을 때 입에 볼펜을 물고 자판을 누르지 잘려나간 손을 붙여서 예전처럼 타자를 치려고 하지 않는다. 결핍은 대체될 뿐 결코 극복되지 않는다.

정상인처럼 휠체어에 앉은 채 달리기를 하려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컴플렉스를 계속 들쑤시고 있는 셈이며, 다리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이걸 극복이라고 부르지 않고, 물론 '열등기능의 개발' 이라고도 부르지 않는다. 결핍과 공존하려면 극복하려고 노력해선 안 된다. 결핍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이 때 필요한 게 용기다.

일찍이 커트 보니것은 말했다.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저에게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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