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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독] 카카오가 93개사 삼킬 때, 정부 제재 한번도 없었다

by 정보 채널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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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2주에 한 번꼴로 기업을 인수한다.”(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빅테크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는 ‘무한 인수합병(M&A)’이다. 다른 기업을 사들여 영토를 끊임없이 확장해나가는 게 이들 기업이 크는 방식이다. 잠재적 경쟁자를 인수해버리는 ‘킬러 인수합병’이나, 플랫폼을 발판 삼아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문어발 확장’ 모두 빅테크 특유의 성장 패턴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빅테크가 디지털 경제 전반에 걸쳐 지배력을 공고히 다진 메커니즘 중 하나로 꼽는다.

그럼에도 빅테크의 영토 확장은 대부분 규제당국에서 ‘프리패스’를 받아왔다. 기존의 제도로는 제재는커녕 감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제도 개선 움직임이 활발한 이유다. 이런 양상은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빅테크 대표주자인 카카오가 수년만에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카카오 M&A, 64건 중 정식 심사는 4건뿐

13일 <한겨레> 취재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를 종합하면, 기업집단 카카오가 2016년 이후 인수합병한 기업은 최소 93곳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매 분기 취합해 발표하는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변동 현황을 바탕으로 살펴본 결과다. 카카오가 공정위 발표 대상에서 빠졌던 기간(2016년10월∼2017년8월)을 염두에 두면 실제 인수합병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흡수합병한 경우도 집계에서 일부 빠졌다.

이 중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0’이다. 공정위는 독과점 우려가 큰 기업결합의 경우 결합을 금지하거나 향후 가격 인상에 제한을 두는 등 다양한 시정조치를 내린다. 올해 초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대신 디에이치가 보유한 요기요를 뱉어내도록 한 공정위 조처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인수합병에는 한 번도 이런 제재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감시망에도 걸리지 않았다. 인수된 모회사에 딸려온 자회사들을 묶어 계산하면 총 64건의 인수합병이 있었는데, 이 중 9건만 공정위에 신고가 접수됐다. 나머지는 현행 기준상 신고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하는 기업 중 한쪽의 자산이나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고 다른 쪽은 30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신고토록 하고 있다. 카카오가 대체로 소규모 스타트업을 사들인 터라,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신고가 접수된 9건 중에서도 5건은 간이 심사만 받았다. 간이 심사란 공정위가 경쟁제한성(독과점 정도)을 분석하지 않고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을 보는 것을 가리킨다. 실질적인 심사는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카카오는 마음골프(스크린골프), 야나두(영어교육), 가승개발(골프장) 등을 인수합병할 때 모두 간이 심사만 받았다. 엄격한 심사를 피해간 이유는 해당 사례가 ‘혼합결합’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혼합결합은 인접 분야의 기업끼리 인수합병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같은 분야에 있는 업체 간의 ‘수평결합’이나 같은 공급 사슬에 있는 업체 간의 ‘수직결합’와 대비된다. 혼합결합은 대부분 경쟁제한성이 낮다고 추정돼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가 수월하다.

정식 심사를 받은 경우는 4건뿐이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엑스엘게임즈, 넵튠, 애드엑스가 여기에 해당했다. 이들도 심사 결과 경쟁제한성이 적은 것으로 인정돼 모두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빅테크 M&A가 더 무섭다” 왜?



이처럼 빅테크의 인수합병은 대부분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먼저 비교적 작은 규모의 업체를 인수하는 탓에 감시망에 아예 걸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 대상에 해당돼도 혼합결합으로 분류되면 거진 ‘프리패스’를 받는다.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차량 대여·공유 플랫폼 ‘딜카’를 사들일 때 손쉽게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제도의 구멍을 틈타 빅테크는 급속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이유로 빅데이터를 꼽는다. 디지털 경제가 지금처럼 확산되기 전에는 혼합결합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었다. 한 기업이 택시 사업과 대리기사 사업을 동시에 한다고 해서 독과점 현상이 악화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뜻이다.

지금은 다르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라는 회사명에서도 알 수 있듯, 택시 호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얻은 운송에 관한 데이터는 다른 모빌리티 영역에서도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 어디로, 얼마만큼의 가격을 지불하고 이동하는지에 대한 패턴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 기업이 모빌리티 시장 전반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용자 데이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품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디지털 광고 시장이다. 개인 맞춤형 광고의 경우 광고주에게 해당 이용자에 대해 얼마나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광고주의 타깃에 부합하는 이용자일수록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광고를 집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사람이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쌓인 양질의 데이터를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있다면, 광고주 입장에서 그 기업의 대체재를 찾기 어려워진다. 플랫폼 기업들이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 경쟁시장국(CMA)의 의뢰를 받아 연구를 진행한 경쟁법 전문 연구기관 ‘리어랩’도 2019년 보고서에서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리어랩은 “광고주는 특정 기업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는 고객층이 있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며 “플랫폼들이 고객의 규모만큼이나 고객의 구성을 중시한다는 뜻”이라고 적었다.



킬러 M&A도 문제…바이든 “제도 고쳐라” 재촉

빅테크의 스타트업 인수 릴레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 플랫폼의 경우 그 특성상 잠재적 경쟁자들을 보다 더 면밀히 모니터링할 수 있다. 경쟁 업체가 곧 입점 업체인 경우가 많아서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오픈마켓으로서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지만, 직접 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입점 업체들과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들 업체의 판매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다가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입점 업체가 있으면, 아예 인수하는 방안을 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원회는 지난해 낸 보고서에서 “(빅테크는) 잠재적인 경쟁자인 신생 기업을 인수해 위협을 제거하거나, 일부 경우에는 아예 해산시킬 목적으로 소규모 기업들을 사들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빅테크의 ‘무한 확장’을 막기 위한 규제 움직임이 활발해진 이유다. 대표적인 사례가 빅테크의 본고장인 미국이다. 빅테크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GAFAM’(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은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최소 700건의 인수합병을 진행했으나, 미국 경쟁당국은 이 중 12건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조치를 받은 건은 이 중 한 건뿐이다.

미국은 빅테크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제도를 고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행정명령을 통해 소수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기업결합 심사지침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평·비수평 기업결합 심사지침을 검토하고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라”고 했다.


https://m.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16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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