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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누가 너무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아요...txt

by 후치 네드발 202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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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도 판에 올려도 되는 걸까요
저는 3살 아들을 키우는 그냥 평범한 30대 초반 주부입니다
 
새벽에 잠도 안 오고 너무 답답해서 글을 써서 두서가 없네요.
 
그냥... 제목에서 쓴 것처럼 시누가 너무 부러워서요
올해로 22살의 저보다 훨씬 어린 아가씨가 부러워서 눈물이 나기도 해요
 
어디서부터 적어야 할까요
 
저는 흔한 드라마처럼 가정폭력으로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도박하는 아버지 아버지께는 한 마디도 못 하면서 저에겐 폭언을 마구 하셨던 엄마
집이 답답하다며 어릴때는 저를, 커서는 엄마마저 때리고는 아버지 처럼 도박을 하며 점점 아버지보다 무서워져가는 오빠
 
행복한적이 없어요
 
저희 집은 동네에서도 유명한 막장집안이었고 동네사람들은 대놓고 혀를차고...
당연히 주변에는 친구라고는 없고...
정말 악착같이 일만했어요
 
중학교때부터 일했어요
고등학교도 안 보내주겠다던 부모님 때문에 진짜 악착같이 일해서 여기를 벗어나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중학생은 아르바이트로 쓰지 않으니 돈을 덜 받고 몰래몰래 일하느라 혼자 울고 또 울던 나날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가져가던 부모님과 오빠
 
숨기고 돈벌고 맞고 빼앗기고 또 숨기고 숨기고...
 
그 숨쉬기조차 힘든 시간이 지나서 고등학교도 겨우 국가지원으로 다니고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왔어요
서울가는 차비를 빼고 딱 27만원 그거 들고 왔어요
찜질방에서 자면서 숙식되는 공장 들어가서 그 텃세와 성희롱과 모진 서러움 다 겪고 그래도 집보다는 그 지옥보다는 났지 라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버텨서
보증 300에 월 27 내는 좁고 습하고 구석진 방을 가지게 되었던 날
방에서 너무 행복해서 울었어요
 
그 다음부터는 바리스타 일을 배우자 하고 생각하고 카페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카페에 자주 오던 남편에게 제가 반했어요
처음에 부담스러워 하던 남편이 어느새 마음을 열었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제 눈에도 다른사람들도 잘생겼다고 하고 직장도 좋고 집안도 좋았죠
그래서 더 불안했어요
이런 잘난 사람이 나랑 결혼을 해줄까 하고요
그러던 와중에 지금 저희 아들이 생겼고 남편은 처음엔 좀 놀라더니 그래도 기쁘다며 행복하다고 결혼하자고 해주더라구요
남편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시부모님을 뵈러 남편 집에 처음 갔을 때 또 기가 죽었어요
누가봐도 좋은 동네에 넓은 집...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또 다시 불안해졌는데 남편이 다독여줘서 겨우 시댁에 들어갔어요
 
혼이나고 반대당할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시부모님께서는 아들이 아가씨에게 폐를 끼쳤다며 제게 사과하셨어요 그리고 못난 아들을 택해줘서 고맙다고 하시고...
정말 다정하셔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제게 다정한 어른은 거의 처음이었으니까요
제가 우니까 울지말라고 토닥여주시는 시어머니... 아들을 타박하며 네가 이쁜 아가씰 울린거라고 분위기를 풀어주시던 시아버지
그리고 울지마시라며 같이 울먹거리던 남편의 동생... 아가씨
 
결혼 준비는 딱히 말하지 않을게요
얘기가 너무 길어지고 정말 제가 더 비참해지는 것 같아요
저희 친정집은 정말... 남편과 시댁에게 제가 고개를 못 들정도의 일을 벌였지만 시댁에서 다 수용해주셨고 저는 정말 맨몸으로 시집을 가고 모든 건 시댁에서 다 해주셨어요
 
저희 부부가 아니라 손주를 위한 거라며 부담없이 받으라고 집과 차를 해주시고 조리원까지 예약해주시고 용돈도 받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받고, 처음으로 부모의 애정을 시부모님께 가득 받았습니다.
 
어머님이랑 쇼핑가서 울었어요.
엄마랑도 해본적 없고 늘 부러워하던 일이었어서 너무 행복했었으니까요
 
여튼 정말 많이 받았어요 물질적인 것도 사랑도 전부요
 
아가씨도 많은 걸 해주셨어요
용돈을 모아 제 화장품도 사오거나 본인이 만든 과자나 반찬 같은 걸 자주 보내고 조카(아들)도 돌봐주고 제게 늘 살갑고 다정하고 귀여워요
 
처음에는 모두 감사했어요
행복한 시댁이다
정말 내 어린시절 불행은 지금 너무 행복해지려고 그랬다 싶을만큼 행복했어요
 
근데 갈수록 미칠 것 같아요
 
아가씨만 보면 너무 답답해요
 
아가씨는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하는게 너무 자연스러워요
아가씨를 보는 시부모님 눈에서 애정이 넘치고... 저는 제 부모님께 한 번도 해본적 없고, 아무리 시부모님이 잘해주셔도 할 수 없는... 부모와의 애정어린 스킨쉽도 자연스럽게 해요
 
시댁에 가면 시어머니나 시아버지께 안고 안기고 하는 아가씨를 자주 봐요
남편도 아가씨가 본인보다 훨씬 어린 여동생이라 아끼고 사랑하는 티가 잘 나요
시댁의 모든 사람들이 아가씨를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게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아요
 
알아요 제가 나쁜 거고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
 
근데 진짜...
저번주에 시댁에 놀러 갔던 날 저녁쯤 아들을 남편이 쓰던 방에서 재우고 나왔더니 아가씨가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어요
근데 너무 자연스럽게 남편이 방에서 이불이랑 쿠션을 가져와서 아가씨한테 덮어주고 머리도 살짝 들어서 편하게 눕혀주고... 어머님은 아가씨 볼을 살살 만지면서 웃으시고... 아버님이 저를 보면서 딸 잘못 키웠다고 22살 먹고 **(아들)이랑 비슷하다며 얘도 아직 애기라며 웃으시는데
 
화장실 가서 울었어요
그냥 그 상황이 너무 부러웠어요
다정한 부모님 상냥한 오빠
내가 못 가지는 거잖아요
 
제가 좋은 시댁과 좋은 남편 사랑스러운 아들이 있어도
저는 행복한 어린시절도 친부모의 사랑도 모르잖아요
아무리 시부모님이 잘해주셔도 저는 아가씨보다는 못 하잖아요
그게 너무 서러워서 눈물이 났어요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가씨가 미워지기도 하고 제가 미칠 것 같아서 남편한테 털어놨더니 시부모님은 저를 친딸처럼 사랑하고 자기도 이제 가족의 순위가 바뀌었다며 @@(아가씨)를 많이 좋아하지만 제가 더 좋고 아들이 더 사랑스럽다며 달래주는데 그래도 고쳐지지 않아요
 
아가씨에게 미안하고 아가씨가 밉고 제가 싫고
요즘 미칠 것 같아요
토요일에 조카 장난감을 사준다며 조카를 돌볼테니 저랑 남편은 둘이 데이트 하라며 웃는 아가씨인데... 너무 착한 아가씨인데 미워서 보기가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
 
진짜 숨이 안쉬어져요
미안하고 화나고 내가 싫고... 정말 이제 지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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