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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출규제 허점…15억 넘는 아파트, 전세 끼고 사면 대출 된다

by 정보 채널 2021.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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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부동산 대책에 포함된 대출 규제는 사실상 '대출받아 집 살 생각 말라'는 경고였다. 당장 오늘(17일) 전격적으로 시행된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규제를 두고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지만, 혼란스러운 건 소비자뿐이 아니다. 대출 규제 자체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미 시장에선 규제의 허점을 이용하는 우회로가 공유되는가 하면, 규제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①15억 넘는 아파트, 전세 끼고 사서 대출받으면 그만


정부는 16일 시가 15억원을 초과한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시가 15억원이 넘는다고 모든 대출히 완전히 막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은 담보인정비율(LTV) 범위 내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임차보증금 반환은 생활안정자금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아니란 해석이다.

문제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으로 받은 대출을 실제로는 주택구입목적으로 돌려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를 끼고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산 뒤(갭투자), 전세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겠다며 LTV 한도(투기지역 9억원 이하분 40%, 9억원 초과분 20%)를 채워 대출을 받는 식이다.

벌써 온라인에서는 이런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한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17일 오후 "앞으로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전세 낀 매물은 품귀해진다"며 "실거주하고 싶으면 전세 많이 낀 매물 사놓고 투자수익 누리시다가 입주하고 싶으면 전세퇴거자금 대출받아서 세입자 보내고 거주도 하면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금융당국도 이를 알고 있다. 손주형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규제안에 따르면 구매목적으로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긴 하다"며 "이것까지 전부 막아버리면 실수요자가 집을 샀다가 전세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못 주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허용했다"이라고 말했다.

②"전세대출 받아 집 사면 대출 회수" 엄포, 현실성 있나


이번 대책엔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차주가 고가 주택(시가 9억원 초과)을 매입하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하면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전세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려는 예비 수요자들에게 엄포를 놓은 것이다. 하지만 벌써 이 방안은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11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에서 취급된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총 2조7000억원이다. 전세대출 규모가 평균 1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에서 한 달간 신규 취급하는 전세대출이 약 2만7000건 수준이다.

전세대출 차주가 대출 기간 중 주택을 샀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대출을 내준 은행이 할 일이다. 하지만 은행이 매달 2만7000명씩 늘어나는 차주들을 수시로 추적하며 감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시스템과 국토부 무주택 조회를 전산으로 연결해놓고 사전에 고객 동의를 받아 일정 주기마다 주택 구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대출 취급 혹은 만기 연장 때 확인하는 건 당연하지만, 수만명 전세대출 차주를 주기적으로 추적 관찰하기란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대출을 전부 회수한다'는 메시지 자체는 매우 강력해 보이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의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이번 정책에 대해 별로 겁을 내지 않는다면 규제 자체가 무력화된다"고 말했다.

③잘못은 전세입자가, 피해는 집주인과 은행이?


만약 은행이 주기적으로 전수조사를 해서 고가주택을 산 전세대출 차주의 대출을 회수한다고 치자. 이 과정에서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애꿎은 임대인(집주인)과 은행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보통 은행은 전세대출을 내줄 때 차주(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양도받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같은 보증기관을 통해 전세대출 보증을 받는다. 만약 세입자가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면 은행 또는 보증기관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세입자가 아닌 임대인(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내놓으라며 반환청구권을 행사한다.

예를 들어 전세입자 A가 HUG 보증으로 전세대출을 받은 지 몇 달 안 돼 9억원 넘는 주택을 구입했다가 은행에 들켰다고 치자. 은행은 규정에 따라 A에게 대출금을 당장 상환하라고 요구하지만(대출 회수) A가 돈이 없다며 이를 갚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은행은 HUG가 보증해준 대출금의 90%를 대위변제 받는다. 이후 HUG는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한다.

이 경우 규제를 어긴 세입자 A 한 사람 때문에 집주인은 급하게 전세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동시에 은행은 보증을 받지 않은 대출금의 10%는 손해를 보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런 상황이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고 얘기하긴 어렵다"면서 "(전세대출 회수 규제는) 내년 1월 중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만큼 그 전까지 규제를 정비해 문제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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