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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대유행의 정점에 점차 다가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유행이 끝나면 얼마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과연 이 위기가 마지막이 될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십니다. 오늘은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0. 오미크론 대유행
- 이번 유행은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중 가장 심각하고 큰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수십만의 확진자와 그 2배는 될 것으로 추정되는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하루 200명 가까운 분들이 안타깝게 사망하고 계십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대유행이 마지막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볼 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 가혹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범사회적인 총력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이 위기는 이런 정책이 사용될 수 있는 마지막 위기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감염병은 그 자체적인 특성으로 한번의 큰 유행이 아니라 반복적인 파도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1. 면역감소
- 이번 유행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백신 접종에 더해 감염을 통한 면역을 가지게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대유행에서 전체 국민의 40-60%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감염을 통한 추가적인 면역을 획득하실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남은 40-60%의 인구집단은 백신과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의 보호망에 아직 머물러 계시리라 추정됩니다. 하지만 앞으로 몇가지 자명한 예상이 있습니다. 첫번째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번 대유행을 끝으로 그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더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 국민의 인내를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두번째 마스크 착용, 진단검사, 격리 등의 정책도 점차 완화가 예상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 바로 면역 감소입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는 백신 접종이 제공해주는 감염예방효과가 감소하는 것을 눈으로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사례를 볼 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가 계속되면서 재감염이 매우 빈번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며, 또한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도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가 줄어들 것임은 자명해 보입니다. 이 문제는 다음 유행을 피할 수 없음을 말해줍니다. 즉 이번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도 감소세로 접어들겠지만, 저점에서부터 다시 중간정도 규모의 유행은 진행될 것입니다.
2. 다음 유행의 시점
- 다음 유행이 예상된다면 그 시점과 규모는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이를 예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번 유행을 통해 어느정도 면역수준을 획득하게 될지, 백신의 3회 접종의 효과감소가 어디까지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오미크론 감염 후 획득된 면역이 얼마의 속도로 감소할지도 아직은 데이터가 없습니다.
- 또 다른 변수는 다음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입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마지막 변이가 아니고 분명히 다음이 등장한다. 저희팀에서 예상하는 결과로는 매달 우리나라에서 아종이 바뀔 확률은 약 30%정도입니다. 지금도 오미크론 BA 1에서 BA 2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다음 변이의 전파능력이나 면역회피 능력이 오미크론을 대체할 정도가 된다면 새로운 변이로 인한 유행은 당연히 진행됩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근거를 볼때 자체적인 중증화의 감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백신 접종과 과거 감염의 효과 때문에 전체적인 중증화율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미 전파능력은 오미크론 자체로도 매우 높아져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 변이는 면역 회피가 더 유의미한 영향을 주리라고 예상됩니다.
- 면역감소효과와 사회적 중재의 중단,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는 시점은 어느정도 맞물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이 시기에 대한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합니다.
3. 다음 유행에 대한 대비
- 지난 2년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총력 대응은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나 등교의 중단, 대규모 격리 등이 없이 어떻게 다음 대유행 대비가 가능할까요?
- 첫번째는 면역 감소에 대한 대비입니다. 이번 백신 플랫폼은 염기서열 변화로 새로운 변이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능력이 오미크론까지는 발휘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능력을 사용할 준비를 미리 해두어야합니다. 업데이트 백신을 어떤 형태로 어떤 시기에 접종해야하며, 접종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합니다. 또 업데이트 백신을 어떻게 적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도 반드시 고민해야합니다. 작년 백신 확보과정에서의 혼란을 다음에는 반복하지 않아야합니다.
- 두번째는 데이터의 확보입니다. 비록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이제는 알고 있지만, 아직 모자란 정보들이 있습니다. 코로나 19 재감염을 모니터링해서 면역감소의 정도를 추정해야하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되어야합니다. 또한 다음 변이바이러스 유입시에는 해외 검역이 사실상 어려울수 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에서는 해외 유입을 막으면서 오미크론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대응방향을 결정할 시간이 있었지만, 다음 변이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면서 대응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합니다.
- 세번째는 중환자와 고위험군에 대한 유지가능한 보호체계입니다. 지금은 전국의 중환자 병상과 의료인력을 징발해서 대유행에 대비하고 있지만, 조금더 지속가능한 병상 유지방안을 만들어야합니다. 평상시로 의료체계가 돌아가더라도 최소한의 대응역량과 유연한 병상 확보 능력을 가져야합니다. 또 고위험군을 명확히 판단하고 보호범위를 결정해야합니다. 가임기 여성, 신생아, 신장투석환자, 장기이식환자 등 특수한 집단에 대해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미리미리 결정하고 병상이나 진료체계를 개편해야합니다.
- 마지막은 경구용 치료제의 확보입니다. 이번 오미크론 대유행에서 중환자 병상을 그래도 유지가능하게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경구용 치료제입니다. 특히 예상되는 중환자곡선보다 중환자수가 억제되는 대에는 경구용 치료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타미플루의 비축과 같이 다음 유행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미리 준비해야합니다.
4. 맺음말
- 다양한 근거로 볼때 다음 유행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지금 준비한다면 다음 유행은 코로나 시즌 2가 아니라 후일담 정도로 넘길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로의 전환, 다양한 데이터의 수집과 과학적 근거의 축적, 필요한 자원의 선제적 확보를 지금부터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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