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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 미스터리한 건물 '딜쿠샤'

by 정보 채널 2021.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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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23년에 태어났다.

 

 

 

90년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나는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내 이름이

'딜쿠샤'라는 걸 잘 모른다.

 

 

 

동네사람들은 나를

'귀신이 나오는 집'이라고 한다.

 

 

 

내가 있는 곳은 서울 한복판.

종로구 행촌동 1번지.

 

 

 

내가 이 언덕 위에 맨 처음 지어진 집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가 지내온 90년동안의 세월과

오래 전 나를 기억하는 그리운 사람들의 이야기.

 

 

 

 

바다 건너 미국땅에

나의 오랜 친구 브루스가 살고 있다.

 

 

 

 

 

 

 

브루스의 어머니 메리와

 

 

아버지 앨버트가 나의 첫 주인이었다.

 

 

 

 

 

 

 

 

 

 

 

 

무엇이 신기한지 내가 나이가 들수록

나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가 빈집이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내 품 안에는 여러 사람이 산다.

  

 

가수 억순이 말고도

창문마다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

모두 열 다섯 가족이다.

 

 

 

90년전 나의 첫 주인 앨버트가 서재로 쓰던 방에

한 가족이 들어오고.

  

거실을 쪼개어 세가족.

침실과 부엌을 쪼개어 다섯 가족.

그렇게 식구들이 점점 늘어났다.

 

주민들은 가스도, 전기도, 화장실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 언덕 위에 살았던 은행나무는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90년 전 인왕산을 산책하던

메리와 앨버트는 이 은행나무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그래서 그 옆에 그들의 보금자리를 지었다.

 

 

 

그들은 내게

'딜쿠샤'라는 이름을 주었다.

 

 

 

 

 

그렇게 일본이 지배하던 한국 땅에

서양인 부부가 짓고, 인도이름이 붙은

기이한 운명으로 태어났다.

 

 

 

 

 

나의 첫 안주인이었던 메리는

영국의 배우이자 화가였다.

 

 

 

미국인이었던 앨버트와 결혼하면서

한국 땅에 정착하였다.

 

 

그의 하나뿐인 아들 브루스는

3.1운동 바로 전 날

한국의 독립선언서 위에서 첫 생을 맞았다.

 

 

 

 

 

 

 

 

기자였던 앨버트는,

아들의 요람 밑에서 발견한 독립선언서를

일본 경찰 몰래 빼냈고

세상에 알렸다.

 

 

 

한국과 독특한 인연을 맺으며

인생을 시작한 브루스는,

내 품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언덕 아래 풍경은 평화로웠지만

사람들 삶은 그렇지 않았다.

 

 

 

경복궁은 주인을 잃어버렸고

 

 

대신 이 거리를 지배하던 것은

거대한 조선총독부였다.

 

 

마주보이는 남산 한가운데에는

일본 신사가 있었다.

 

 

나는 언덕 위에서

이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한국인들을 지켜보았다. 

 

 

 

 

흰옷을 입은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에게 지배당하고 있었고

   

 

나라를 되찾으려는 젊은이들이

총독부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간간히 들려왔다.

 

 

내가 태어나던 그 해에도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젊은이가

일본군에 의해 죽음을 맞았다.

 

 

 

 

 

김주사(김상언)는 나를 돌보던 한국인 집사였다.

 

고종의 통역관으로 일했던 그는

나라를 빼앗긴 후 몰래 독립운동을 도왔다.

  

 

앨버트는 그런 김주사를 지지했고, 존경했다.

 

 

 

앨버트가 한국땅을 돌아다니며

독립운동에 관한 기사를 쓰는 동안

메리는 그녀가 지켜본 한국인들의 표정을

그림으로 그렸다.

 

 

 

 

 

 

 

 

 

 

 

 

브루스가 나와 살지 못하게 된 것은

전쟁 때문이었다.

 

그는 태평양 전쟁에 의해

그 이후 나에게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전쟁으로 나의 운명도.

메리와 앨버트의 운명도 바뀌었다.

 

 

 

전쟁이 일어나자

일본정부는 미국인 요주의 인물이었던

앨버트를 감옥에 가두었다.

  

 

메리는 6개월동안

가택연금된 채 일본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이 땅에서 추방당했다.

 

 

 

 

 

 

1945년 8월 15일

전쟁은 일본의 패전으로 끝났다.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태극기가

자유롭게 거리에 휘날렸다.

 

 

이 땅이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가자

나도 나의 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앨버트는 그의 소원대로 

서울 양화진 묘지에 묻혔다.

 

 

 

그리고 지난 90년 시간동안

가장 아팠던 죽음의 나날들을 나는 기억한다. 

  

 

나라를 되찾은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비극이 거리를 찾아왔다.

 

 

한국 전쟁이 일어났고,

군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거리는 잿더미로 변해갔다.

 

 

 

서울의 주인이 여러번 바뀌는 동안

보금자리와 가족을 잃은 사람이 늘어갔다.

 

 

 

나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 언덕 위에 살아남았다.

 

 

누군가에겐 희망의 궁전이었고

  

누군가에겐 고향이었다.

 

 

 

그리운 메리는,

내가 가난한 한국인들의

희망의 궁전이 되어주길 바랐다.

  

 

나는 그녀의 소망을 언제나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복원 되어 역사 전시관이 된

딜쿠샤 기쁜 마음의 궁전

 

(전시관 사진 출처 국가보훈처 블로그)

 

  

다큐 공감

(2013년 8월 13일 방송)

  

 

 

+ 2006년에 브루스 테일러가 서울을 찾아

딜쿠샤를 방문하셨고,

그 후 2015년에 사망하셨어.

또, 이듬해 원형복원에 들어가면서

딜쿠샤는 201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어.

 

++ 그리고, 올해 3.1절 102주년 기념행사에서

메리 테일러♥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했음.

 

 

 

❗️혹시 가볼 덬 있을지 몰라 씀❗️

딜쿠샤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행촌동)

-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

https://yeyak.seoul.go.kr/web/reservation/selectReservView.do?rsv_svc_id=S2102191536210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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